지난 주말 필라델피아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반스 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에 대한 후기를 작성하려합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필라델피아의 대표적인 미술관임에 분명하지만 필라델피아 미술관보다 반스 파운데이션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반스 파운데이션의 특별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스파운데이션의 역사와 의미, 컬렉션, 방문 팁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반스 파운데이션이 특별한 이유와 역사
반스 파운데이션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닌 열정과 비전의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알버트 C, 반스(Albert C, Barnes)에 의해 설립된 재단입니다. 1922년에 재단이 설립이 되었으며 그는 제약업계에서 성공한 사업가이자 열정적인 미술 컬렉터 였습니다. 그가 수집한 작품들이 오늘날 반스 파운데이션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반스 파운데이션은 방대할 만큼 놀랄만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르누아르 작품 181점, 세잔 60점, 마티스 작품 59점, 피카소 작품 46점 등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초기 모더니즘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르누아르 작품은 세계 어느 미술관 보다 많으며 이러한 컬렉션이 가지는 가치는 대단합니다.
사람들이 반스 파운데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전시 방식이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알버트 반스는 전통적인 미술관의 전시방식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는 작품들을 시대나 작가로 분류하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치했습니다.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의 작품들이 색감, 형태, 선, 공간의 관계에 따라 함께 전시가 되었으며 이는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또한 반스 파운데이션은 사실 교육적 목적을 가진 기관이라는 점이 놀랍습니다. 알버트 반스는 미술 감상이 특권층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술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길러내는 교육프로그램을 지향했으며 이러한 철학은 오늘날까지 반스 파운데이션의 핵심 사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반스 파운데이션의 역사를 보면 알버트 반스라는 사람은 시대를 선도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놀랍습니다.
반스 파운데이션 건축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
반스 파운데이션은 원래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메리온에 위치했었습니다. 2012년에 필라델피아 도심지인 벤자핀 파크웨이로 이전 했는데 이전에 대한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새 건물은 알버트 반스의 비전을 현대적인 공간으로 완벽하게 구현하였고 건물이 주는 아름다움이 작품과 같습니다.
이 건물은 토드 윌리엄스와 빌리친이 디자인하였는데 석회석으로 지어진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외관은 현대적인 느낌과 차분한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건물에 들어서면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정원인데 정원을 사색하며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어 방문자의 기분을 설레게 합니다.
새로 지어진 건물은 메리온의 원래 갤러리의 배치와 규모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합니다. 각 방의 크기, 벽의 색상, 창문의 위치까지 원래 건물과 동일하게 만들어 반스가 의도한 작품의 배치를 해치지 않고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주는 의미는 작품을 담고 있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알렉스 반스의 비전과 삶의 공간이며 물질적인 의미 이상을 닮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건물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관람객들은 알렉스 반스가 추구했던 비전과 바라보고자 했던 미의 가치를 자신도 모르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건물 내부는 방들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빼곡한 전시들과 중간에 마치 주택에 있는 듯한 창문의 배치는 밖의 풍경과 내부의 미술관을 연결하게 하는 통로입니다.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오고 초록 풀들이 보이는 것이 관람객들에게 친숙한 느낌과 편안한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걷다보면 중간에 휴식할 수 있는 의자나 공간들이 나오는데 이러한 공간들이 오히려 작품을 천천히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꼭 봐야할 유명한 작품 및 컬렉션:
반스 파운데이션 가장 메인 방에 들어서면 벽면 가득 작품들이 빼곡하게 걸려있습니다. 처음에는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액자들이 걸려 있어서 작품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미술관이 수평으로 나열한 것과 달리 가득 걸려진 액자는 그것 만으로도 특별한 느낌을 줍니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가 교과서에서 봤던 유명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특히 첫번째 방에는 세잔의 작품들이 많은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후기 인상주의 세잔을 처음 마주한 느낌은 교과서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세잔은 입체파의 시작을 열어준 작가로 알고 있고 그가 구현하려했던 본질에 대한 이념과 시도는 어렵기만 한 것이 었는데 실제로 본 세잔의 작품은 아름다운 색감이 와 닿았습니다. 그의 작품중 '생트 빅투아르 산' 같은 대표작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시도한 정물화가 무엇보다 새롭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으로 이 색감을 내었고 그리는 내내 고민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르누아르의 작품들은 정말 압도적으로 많았고 르누아르 외에 고갱이나 루소, 모딜리아니 작품들도 있어서 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전시가 특별했던 이유는 서양 미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다양한 문화권의 예술품과 공예품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벽면에는 회화 작품도 걸려있지만 당시에 썼던 경첩이나 문고리 같은 장식들이 부착이 되어 있어서 세밀한 세공을 눈여겨 보게 됩니다. 그리고 촛대나 책상 의자 등이 벽면 아래 놓여져 있어서 미술관보다는 오래던 저택 박물관을 거니는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미술에 관한 지식이 없더라도 이러한 공예품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으며 굉장히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벽면에 걸려 있어서 유명한 작품들을 찾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방문자를 위한 팁:
반스 파운데이션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사전 예약을 추천합니다. 입장권은 30달러 정도 하기 때문에 입장권을 싸게 구입하려면 Gocity패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Gocity 패스에서 필라델피아에서 쓸수 있는 관광지에 반스 파운데이션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예약은 필요하지 않으며 입구에서 패스를 보여주면 스캔후 입장권으로 바꾸어 줍니다. 입장권은 로비에서 다시 스캔하고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반스 파운데이션은 개별마다 관람속도가 다르겠지만 빠르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돌아볼 수 있는 미술관입니다. 작품을 천천히 구경하려면 더 걸리겠지만 정원을 산책하고 주요 작품들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여유롭게 시간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1층에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식사를 할 수 있고 지하에는 간단한 커피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나 도슨트 투어도 있습니다. 각 방과 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하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총평:
규모간 큰 미술관보다 많은 사람들이 반스 파운데이션을 추천합니다. 직접 가보니 드는 생각은 우리가 미술관에 가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작품을 심도있게 탐구하는 것보다 미적 아름다움에 대한 경험과 그 시간을 향유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너무 많은 작품이나 대규모 전시도 물론 좋지만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생각이 듭니다. 미술에 관심이 많든 적든 반스 파운데이션은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방문객에게 미술관 자체의 아름다움과 멋진 곳에 온 경험을 준다는 것이 특별한 장소로 여기게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필라델피아에 간다면 지나치지 않고 꼭 방문해야 할 장소로 추천합니다.